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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기척을 느낀 돗포의 고개가 발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했다. 그리고 그 끝에 선 사람을 확인하고는 크게 벌어지는 눈까지, 전부 히후미의 예상 범주 안에 있었다. 하지만 반대 방향으로 달아나는 돗포는 그 안에 없었다. 도망까지 칠 필요는 없잖아! 복도의 길이만큼이나 길었던 추격전은 그가 돗포의 손목을 붙드는 것으로 끝이 났다.

 “왜 도망가?!”

 “그러는 넌 어제 왜 도망갔는데?!”

 잔뜩 말을 쏟아내려던 차에 말문이 막혔다. 어제? 도망? 돗포의 말을 들은 후에야 겨우 기억이 났다. 제멋대로 입 맞추고서는 당황해서 홀랑 가버렸으니 그가 보기에는 도망친 것처럼 보였다 해도 할 말이 없었다. 그건, 그러니까….

 “나 같은 놈한테 ㅃ…, 아무튼 그런 게 쪽팔려서 도망간 거잖아!”

 “아니. 잠깐만, 돗뽀! 나 아직 아무 말 안 했거든?!”

 부끄러워져서 도망치듯 가버린 건 사실이었지만 ‘나 같은 놈’이라니, 히후미가 부끄러워한 대상이 돗포일 리 없는데도. 말도 안 되는 오해에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경위를 물어보니 그 이유마저도 어이없을 정도로 단순했다. 너 어제 집에 가서도 아무 연락 없었잖아. 홀로 생각을 키워나가는 돗포의 나쁜 버릇이 이런 식으로 발목을 잡을 줄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 핸드폰을 붙잡고 그대로 잠들어 버린 걸 너는 알고는 있을까. 몰라주는 돗포가 야속하게 느껴졌지만 어쩔 수 없었다. 동시에 돗포 역시 자기 직전까지 핸드폰만 뚫어져라 쳐다봤다는 사실을 토로할 땐 묘한 성취감마저 들었다. 알지 못했으니 서로가 모르는 게 당연했다. 모르면서도 같은 행동을 했다. 그 사실에 가슴속에서 간질간질한 무언가가 차올랐다. 주파수가 맞아떨어진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일 거야. 히후미와 돗포의 시선이 서로를 향했다.

 “어제 집에는 어떻게 갔어?”

 “나야 네가 놓고 간 우산 쓰고 갔지. 너야말로 도대체 어떻게 간 거야?”

 “하~나도 기억 안 나는 거 있지! 그냥, 돗뽀랑 뽀뽀한 것밖에 기억이 없어. 너무, 너무너무 좋아서 잘 때까지 그 생각만 하다 잤다?”

 “야, 너는 진짜…!”

 “아얏! 왜, 우리 뽀뽀한 거 맞잖아!”

 “조용히 좀 하라고!”

 “그럼 조용히 할 테니까 하나만 물어봐도 돼?”

 “…뭔데.”

 돗포는 나하고 뽀뽀한 거 싫었어? 한순간에 그의 뺨이 화악 붉어진다. 싫었을 리가 없잖아. 잔뜩 구겨진 표정과는 어울리지 않는 달콤한 말. 갑작스러운 소나기가 쏟아져 내린 이후의 하늘이 가장 맑게 보이던 것처럼, 함께해온 시간 아래에 숨겨졌던 감정은 한순간의 충동 뒤에 그 형태를 오롯이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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