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방과후 히후도_배삼공].png](https://static.wixstatic.com/media/9039be_f897ba4b6a3c4889b2b3d9f5dee24609~mv2_d_1985_2861_s_2.png/v1/fill/w_869,h_1241,al_c,q_90,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1%20%5B%EB%B0%A9%EA%B3%BC%ED%9B%84%20%ED%9E%88%ED%9B%84%EB%8F%84_%EB%B0%B0%EC%82%BC%EA%B3%B5%5D.png)
배삼공
@erobsg
![1 [방과후 히후도_배삼공].png](https://static.wixstatic.com/media/9039be_f897ba4b6a3c4889b2b3d9f5dee24609~mv2_d_1985_2861_s_2.png/v1/fill/w_869,h_1241,al_c,q_90,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1%20%5B%EB%B0%A9%EA%B3%BC%ED%9B%84%20%ED%9E%88%ED%9B%84%EB%8F%84_%EB%B0%B0%EC%82%BC%EA%B3%B5%5D.png)

![1 [방과후 히후도_배삼공].png](https://static.wixstatic.com/media/9039be_f897ba4b6a3c4889b2b3d9f5dee24609~mv2_d_1985_2861_s_2.png/v1/fill/w_869,h_1241,al_c,q_90,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1%20%5B%EB%B0%A9%EA%B3%BC%ED%9B%84%20%ED%9E%88%ED%9B%84%EB%8F%84_%EB%B0%B0%EC%82%BC%EA%B3%B5%5D.png)
배삼공
@erobsg
![1 [방과후 히후도_배삼공].png](https://static.wixstatic.com/media/9039be_f897ba4b6a3c4889b2b3d9f5dee24609~mv2_d_1985_2861_s_2.png/v1/fill/w_869,h_1241,al_c,q_90,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1%20%5B%EB%B0%A9%EA%B3%BC%ED%9B%84%20%ED%9E%88%ED%9B%84%EB%8F%84_%EB%B0%B0%EC%82%BC%EA%B3%B5%5D.png)

“미쳤나 봐!!!”
집에 어떻게 돌아왔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어머니가 제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 정신이 들었을 때에는 이미 거실 현관이었다. 어머니의 표현을 빌리자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쫄딱 젖은 주제에 얼굴은 벌게져서 반쯤 정신 나간 녀석 같다’고 했으니, 제 꼴이 어땠는지는 거울을 보지 않아도 훤했다. 그렇게 정신을 놓고 다니니까 우산도 안 들고 다니는 거 아니냐는 둥, 어머니의 잔소리가 이어졌지만 전부 웅웅대는 소음으로만 들릴 뿐이었다. 오히려 그런 그녀에게 대고 ‘나 돗포하고 뽀뽀했어!!’ 따위의 말을 꺼내지 않은 게 용했다.
돗포의 숨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았다. 입술 위로 눌리던 감각이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이제야 밀려오는 민망함에 고개를 베개에 파묻고 발버둥 치면서도, 한편으론 입꼬리가 내려오질 않았다. 순수하게 충동에 이끌려 벌인 짓이었다. 돗포 자신은 알지 못했겠지만 잠깐 눈이 마주쳤을 때 비쳤던 표정이며, 손가락이 스칠 때마다 오므라들던 손끝이라든지, 고개를 떨궈도 감춰지지 않던 붉어진 귓바퀴가 히후미의 욕구를 잡아끌었다. 만약 그가 그 순간 느낀 감정들에 대해 말하면 돗포는 또 자신을 탓할 게 뻔했다. 누구를 탓해야 할지를 따지고 들자면 충동을 이기지 않은 제 탓이었겠지만, 그렇게 말하면 꼭 잘못한 거 같잖아.
“돗포 보고 싶당.”
그가 조심스럽게 손끝으로 입술을 쓸었다. 꿈이라도 꾼 것만 같았다. 핸드폰을 쥐고 ‘보고 싶다’는 말만 수십 번을 쓰고 지웠다. 늘 쓰잘데없는 메일을 몇 통씩이나 잘만 보냈으면서 오늘은 좀처럼 ‘송신’ 버튼을 누르기가 힘이 들었다. 하고 싶은 말들은 전부 직접 들려주고픈 것들뿐이었다. 한참 동안 단어를 골라내기만 하던 끝에, 결국 메일은 보내지도 못하고 그대로 잠에 빠져 버렸다.
* * *
[나 오늘 아침에 해야 될 거 있어서 먼저 갈게]
돗포의 집으로 향하던 길에 도착한 메일은 그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오늘은 꼭 같이 가고 싶었는데. 입술을 비죽여봐도 돗포가 이미 홀로 등교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뭐. 금방이라도 ‘힝’ 소리를 내뱉을 것만 같은 얼굴을 하고선 발걸음을 돌렸다. 날씨는 어제 비가 그렇게 쏟아졌다는 사실이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화창했다. 그나마 아직은 젖어있는 보도블록이 어제의 일이 히후미만의 상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