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방과후 히후도_배삼공].png](https://static.wixstatic.com/media/9039be_f897ba4b6a3c4889b2b3d9f5dee24609~mv2_d_1985_2861_s_2.png/v1/fill/w_869,h_1241,al_c,q_90,usm_0.66_1.00_0.01,enc_avif,quality_auto/1%20%5B%EB%B0%A9%EA%B3%BC%ED%9B%84%20%ED%9E%88%ED%9B%84%EB%8F%84_%EB%B0%B0%EC%82%BC%EA%B3%B5%5D.png)
배삼공
@erob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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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는 한창 성장기인 남고생 둘이 들어가 있기엔 비좁았다. 하필이면 비가 들이치는 것을 막기 위해 문을 닫아둔 탓에 더 그렇게 느껴졌다. 비가 창밖에 부딪히며 부서져 내리는 소리가 전화 부스 안에 울렸다. 물기를 제대로 털어내지 못한 우산에서 떨어지는 물이 교복 바지 밑단을 적신다. 같이 놀기로 했던 약속은 완전히 엉망진창이 되었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어차피 처음부터 갑자기 꺼낸 얘기였는걸. 그런 것보다도 지금 당장 둘 사이의 거리가 문제였다. 가깝다. 우산 아래에 있을 때보다도 가까웠다. 좁은 전화부스 안에서, 호흡이 서로에게 닿았다. 서로의 시선은 마찰을 일으키고 그와 동시에 다른 곳을 향했다. 조용했다. 목 너머에서 뭔가가 울렁여 좀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쉴 새 없이 떠들어대던 히후미마저 아무 말이 없었다. 창밖에선 비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돗포의 귀에는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 사이로 들려오는 히후미의 숨소리를 제외하고는.
“앗, 맞ㅇ….”
“…있잖아!”
겨우 떼었던 입은 히후미의 한마디에 도로 막히고 말았다. 먼저 말해. 아냐, 네가 먼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양보 후에는 결국 다시 정적이 찾아왔다. 상대방과 시선을 맞출 수가 없어 애먼 곳만 응시할 뿐이었다. 히후미의 바지 밑단이 물에 젖어 짙은 색을 띠고 있었다. 가방에 늘 달고 다니던 열쇠고리에도 물기가 남아 있었다. 아, 저건 같이 샀던 건데. 얇은 셔츠 역시 흠뻑 젖어 안에 입은 티셔츠의 무늬가 비쳐 보였다. 점차 올라가던 시야가 히후미의 입술에 닿을 즈음이면, 돗포의 고개가 급하게 다시 바닥을 향했다. 귀 끝이 화끈거렸다. 비에 젖은 교복은 몸에 차갑게 달라붙었지만, 얼굴은 감기에라도 걸린 것처럼 달아올랐다. 어쩌면 진짜로 감기에 걸린 게 아닐까. 뻔히 아닌 걸 알면서도 머릿속으로 멍하니 되뇌였다.
팔과 팔이, 손과 손끝이 스칠 때마다 움찔댄 것만 이번이 몇 번째인지 셀 수가 없었다. 히후미하고 둘이 있는 게 처음도 아니면서. 조용히 쏟아져 내리는 빗소리 아래로 제 귀에만 들리는 심장 소리가 미친 듯이 울렸다. 아니, 정말로 내 귀에만 들리는 걸까? 누가 잘못 건드리기라도 하면 목 너머에 꾸역꾸역 삼킨 말들을 전부 토해낼 것만 같았다. 주먹을 꽉 쥐었다. 히후미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표정을 내보이고 싶진 않았다. 애꿎은 손가락만 쥐락펴락 한 탓에 마디마디가 저렸다. 언제까지 이렇게 있어야 되는 거지? 비가 그칠 때까지? 아니면….
“아, 몰라!”
돗포가 머리로 이해하는 것보다도 히후미의 손이 더 빨랐다. 한순간의 일이었다. 몸이 단번에 끌려갔다. 그가 양손으로 돗포의 팔을 붙잡고, 동시에 입술이 닿았다. 우산이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철제 바닥 위로 떨어졌지만, 둘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시간이 멈춘 것만 같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았다. 한쪽 구석에 숨겨뒀던 감정이 전부 터져버릴 것 같았다. 맞닿은 입술을 통해 히후미의 입술이 달싹이는 것이 느껴졌다.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사고 회로가 전부 고장 나서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떠오르질 않았다. 그저 히후미에게 붙들린 채로, 가만히 입술을 맞대고 있을 뿐이었다. 좋다거나 싫다거나, 그런 감정에 대해 생각할 여유도 없을 만큼 현실감이 없었다.
“ㅁ, 미안…!”
그는 무엇에 대한 것인지 모를 사과의 말만을 남기고 마치 쫓기듯이 빗속으로 뛰어들어 사라졌다. 상황은 돗포의 사고가 쫓아가지도 못할 정도로 갑작스럽게 일어나더니 마무리 역시 제멋대로였다. 히후미가 떠난 직후에도 그의 머릿속은 방금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정리하지 못하고 물음표로 가득 차 있을 정도였으니. 그러나 사고 회로가 다시 제 기능을 하는 데에도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았다. 다리가 쭉 풀렸다. 유리창에 기대지 않았다면 그대로 주저앉았을지도 모른다.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정말로 한순간의 입맞춤이었지만 한 박자 늦게 찾아온 여운은 순간이라기엔 지나치게 길게 남았다. 괜히 입술만을 매만졌다. 그러니까, 도대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