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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야. 돗뽀 우산 없엉?”

 “비 온단 얘기 못 들었었으니까…. 그러는 넌 어떻게 알고 챙겼다?”

 “아, 이거? 챙긴 건 아니구~, 그냥 사물함에 있던뎅. 저번에 아침에 비왔을 때 가져왔다가 그대로 놓고 갔나 봐. 완~전 이득!”

 이득은 무슨. 한껏 신나선 우산을 휘두르는 모습이 영락없는 어린애였다. 비가 오든 어쨌든 그딴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는 듯, 간만에 둘이 나가서 노는 거라며 웃어 보이는 얼굴을 마주하니 잠깐이라도 그냥 집에 돌아가려 고민하던 것이 미안할 정도였다. 그래, 그래봤자 겨우 가랑비 수준이잖아. 몇 방울 정도는 맞아도 그다지 상관없었고, 여차하면 가방을 우산처럼 쓰면 될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히후미가 같이 쓰자며 그를 향해 우산을 들이미는 것을 밀어내고 싶지 않았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둘이 쓰기엔 조금 작은 우산 아래에서 어깨와 어깨가 맞닿았다. 내색하지 않으려 해도 어깨가, 팔이, 손끝이 닿을 때면 반사적으로 다시 거리를 벌렸다. 닿아 있고 싶었지만, 닿아 있으면 안 될 것만 같았다.

 “돗뽀 어깨 다 젖잖아! 우산 좀 제대로 쓰라니깐~!”

 오는 둥 마는 둥 하던 빗방울은 금방 그칠 거라 생각했던 걸 비웃듯, 후드득, 소리까지 내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비가 내리는 와중에 작은 우산 아래서 히후미와 거리를 벌리려 하니 어깨가 젖을 수밖에. 그 상황에서도 히후미는 착실한 녀석이어서 자신의 어깨를 내어가며 돗포의 어깨 위로 우산을 씌우려 들었지만, 돗포는 또다시 그런 히후미로부터 떨어지려 들고. 누군가가 지나가다 봤다면 저 녀석들 뭐 하는 거냐고 생각할 법한 광경이었다.

 옥신각신 대며 실랑이를 하는 중에도 빗줄기는 갈수록 거세졌다. 우산 바로 아래의 어정쩡하게 닿지 않은 어깨 정도만 젖지 않았을 뿐, 신발이며 가방이며 어느 하나 멀쩡한 것이 없었다. 이래서는 라멘이고 노래방이고 뭐든 간에 무리겠는데. 혀끝에 말을 물고 히후미를 쳐다봤을 땐, 히후미 또한 난처하단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느새 하늘엔 먹구름이 잔뜩 껴서 주변은 시커멓게 어두워졌고 길에는 누구 하나 지나다니는 사람조차 없을 정도로 비가 쏟아져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까지 그가 고집을 부리지 않으리란 건 누구보다도 돗포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약속은 나중으로 미루더라도 비를 피할 곳부터 찾아야 했다. 평소 다닐 때엔 그리 멀지 않아 보였던 상점가는 오늘따라 멀게만 느껴졌다. 그냥 욕심부리지 말고 비 오는 거 봤을 때 집에 가자고 할걸. 내가 말만 꺼내 봤어도…. 스스로를 책망해봐야 아무 의미는 없었지만, 돗포는 습관처럼 자신을 나무랐다. 비를 피할만한 곳도 마땅찮은데, 게다가 하필이면 버스 정거장과 정거장 사이의 애매한 길가였기 때문에 집에 돌아가려 해도 당장은 우산 하나에 의지해 어디로든 걷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어, 돗포! 저기, 저기!”

 그나마 히후미가 발견한 공중전화 부스가 아니었다면 정말로 그 자리에서 오도 가도 못한 채 둘 다 쫄딱 젖어버렸을지도 모른다. 비를 피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더 이상 작은 우산 아래에서 부대낄 필요가 없다는 건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에만 신경 쓴 나머지, 그 안에서 발생할 다른 문제 같은 건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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